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등 10위권 내 저축은행 인수 검토에 나섰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과의 인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페퍼저축은행 인수 실사로 발길을 돌렸다. 이에 OK금융그룹이 건전성 중심으로 인수에 무게를 두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은 지난 13일부터 페퍼저축은행 인수 실사에 착수했다. 자문은 EY한영이 맡았으며, 실사는 약 4주간 이어질 예정이다.
OK금융은 지난해 12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실사를 완료했으나 매각가를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상상인그룹은 3000억원을 요구하는 반면, OK금융은 2000억원대에서 협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번 실사는 OK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이뤄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저축은행 두 곳과 동시에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모두 품에 안을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OK저축은행이 상상인그룹과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페퍼 인수 실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OK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페퍼저축은행 실사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 저축은행을 모두 인수하기는 어렵지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OK금융그룹은 서울, 충청, 호남권에서 영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은 경기와 인천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영업권 확대 차원에서 인수를 추진 중이기 때문에 동시에 두 곳을 모두 사들일 이유는 없다.
특히 페퍼가 상상인보다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양호한 점도 방향 선회에 무게감이 실리는 대목이다. 실제로 자산건전성이나 총자산 규모도 페퍼가 상상인을 앞선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3조1943억원으로 업계 7위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BIS 비율은 10.50%로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76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상상인저축은행은 자산규모 2조7554억원으로 업계 10위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BIS 비율은 10.23%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각각 18.7%, 26.9%로 나타나 건전성 지표가 매우 악화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68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은 상황에서 매각 협상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도 저축은행업권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을 유도하는 분위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저축은행업권 간담회에서 "M&A 기준을 합리화해 수도권 내 취약 저축은행도 M&A 대상이 될 수 있게 하겠다"며 규제 완화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상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 상상인저축은행과 유예 결정을 받은 페퍼저축은행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업계 전체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OK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3조7843억원으로 업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는 총자산 14조8211억원의 SBI저축은행이다. 두 회사의 자산 격차는 약 1조원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이나 페퍼저축은행 중 하나라도 인수하게 되면 OK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최소 16조원을 넘어선다.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선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OK금융그룹 관계자는 "M&A와 관련한 진행 상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다만 인수 여부는 실사를 통해 면밀히 검토한 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의 가격 협상력은 약화된 상황이다. 반면 페퍼저축은행은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더 나은 편"이라며 "OK금융이 업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페퍼저축은행 인수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