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chatGPT로 생성한 이미지. ⓒ OpenAI
[프라임경제] 사모임에서 친분을 쌓은 기업은행(024110)의 전·현직 직원들이 대규모 부당대출을 취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공모자들'이 취급한 부당대출은 역대 최대 규모인 882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오전 여의도 본원에서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 사례'를 발표했다.
이날 검사 사례에 따르면 기업은행 퇴직직원 A 씨는 △현직 심사역인 배우자 △입행동기인 지점장·심사센터장 △임직원 등 총 28명과 공모해 7년간 총 785억원의 부당대출을 받거나 알선했다.
공모자들은 5개의 사모임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임직원에게 골프 접대와 일부 임직원 배우자를 직원으로 채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입행 동기인 지점장과 심사역인 배우자는 A 씨가 허위 증빙을 통해 자기자금 없이 대출금만으로 토지를 구입하려는 사실을 알면서도 64억원의 부당대출을 승인했다.
심사역인 배우자는지난 2020년 9월 사업성 검토서에 자금조달계획 등을 허위로 작성해 A 씨 관련 지식 산업센터 공사비 명목의 대출 59억원을 승인했다. 지점장과 다른 심사역도 이같은 사실을 묵인한 채 대출을 처리했다.
이아 A 씨는 본인 소유의 지식산업센터를 기업은행 점포 입점 후보지로 추천했으나, 은행 내부 검토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지점장 등을 거쳐 고위 임원에게 청탁했고, 결국 지난 2022년 8월 본인의 지식산업센터에 기업은행 점포를 입점시켰다.
이후 A씨는 해당 고위 임원의 자녀를 본인 업체에 취업한 것처럼 가장해 약 2년에 걸쳐 급여 명목으로 6700만원을 지급했다.
퇴직직원 A씨의 불법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경기도 시흥 소재 미분양 상가 25호실을 보유한 한 건설사의 청탁을 받아, 입행동기인 심사센터장과 3명의 지점장을 통해 총 216억원의 부당대출을 알선했다.
이 과정에서 A 씨와 입행동기인 심사센터장은 각각 12억원,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 부당대출 관련자 8명은 A 씨로부터 총 15억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총 23명의 임직원이 A 씨로부터 국내외에서 골프접대를 받은 정황도 포착했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오전 여의도 본원에서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 사례'를 발표했다. = 장민태 기자
현직직원과 퇴직직원 간 부당대출 사례는 또 있었다.
기업은행 한 지점 팀장 I 씨는 과거 함께 근무했던 퇴직직원 J 씨의 요청에 따라, 자금용도나 대출증빙을 확인하지 않고 70억원의 부당대출을 내줬다.
I 씨는 대가로 J가 시행한 지식산업센터 내 시가 4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수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드러난 부당대출 총 882억원 중 지난 2월 말 기준 잔액은 535억원이다. 이 중 부실화한 대출은 95억원에 불과하지만, 이번 사태가 드러남에 따라 부실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은행이 이러한 부당대출을 알고도 숨겼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의 금품수수 조사 관련 부서는 퇴직직원 A 씨와 입행동기 등 공모자들의 비위행위를 제보받아, 지난해 9월부터 자체조사를 진행해 금융사고를 인지했다. 하지만 이를 금감원 보고 업무를 맡은 부서에 알리지 않았다.
아울러 금감원은 사고를 은폐·축소하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 보고 업무를 맡은 부서는 올해 초 부서장 지시에 따라 자체조사 내용이 담긴 271개 파일과 사내 메신저 기록 등을 삭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등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임직원 등의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했다"며 "위법사항 및 관련자에 대한 명확한 사실 규명을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사례를 분석해 올해 2분기 중 금융권의 내부통제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