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이 출발부터 불안하다. 오는 4월 현대화 착공에 앞서 치루게 될 어시장 신임 사장 선출을 놓고 후보 검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어시장 선거가 '집안 잔치'였다면 이번엔 사정이 크게 다르다. 현대화사업에는 총 2361억원(국비 70%. 시비 20%, 어시장 10%)이 투입되며 이 중에 대부분은 국민혈세로 짓게 된다.
공동어시장은 공공재지만 그동안 5개 수협 조합(현재 6곳)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위탁관리 운영을 해왔다. 대표이사 선출은 각 조합의 이익이 맞물려 비록 선거지만 추대에 가까웠다는 전언이다.
1963년 개장 이후 국내 최대 수산물 유통 거점으로 반세기 넘게 한국 수산업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노후화된 시설과 열악한 위판 경매장 환경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그동안 끊이질 않았다.
부산시가 현대화 사업계획을 밝힌 지도 벌써 10년이나 세월이 흘렀다. 그간에 사업 방식과 공사시기를 놓고 현 박극제 어시장 사장과 시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마찰을 빚어왔다. 양측의 지루한 줄다리기 속에 그나마 개선된 건 생선을 싣던 나무상자를 플라스틱 용기로 바뀐 것뿐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도 여전히 바닥경매가 진행 중이고 이곳 주변에는 새 떼와 고양이 등이 어판장을 제집 마당처럼 들락거린다. 어시장 측에서 2023년께 새롭게 도입한 노르웨이 기술로 제작된 고등어 자동선별기(약 17억원)는 선사와 종사자들이 외면하면서 한 구석에 내버려 둔 채 방치돼 있다.
◆어시장 차기 사장 경선 불붙어...현대화사업 진두지휘 적임자는?
최근 공동어시장은 선거철을 맞아 분위기가 후끈 달아 올랐다. 각 후보의 뒷배(조합 또는 추천)가 어딘지도 관심 사항이다.
24일 현재 등록을 마친 후보 4명이다. 임정현(63) 전 부산시 수산정책과장, 정연송(65) 전 거제해양관광 개발공사 사장, 박세형(72) 전 수협노량진수산 대표이사, 정의석(54) 세진물산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먼저 임정현 후보는 시 공무원 출신으로 수산업계에서는 대체로 생소하다는 반응이다. 부경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역임하고, 화신사이버대 산학협력단장을 맡고 있다. 시 추천 인사라는 후문이다.
정연송 후보는 제19·20대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을 지냈다. 오는 4월2일 거제시장 재선거 국민의힘 후보 공천에 도전하여 정계 진출을 노렸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어시장 사장 출마한 배경에는 수협중앙회가 지목된다.
박세형 후보는 차기 사장 출마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부산공동어시장 지정도매인 84번 덕진수산 대표를 지냈고 (사)전국수산물중도매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국내 수산중도매인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정의석 후보는 타 후보에 비해 젊은 편에 속한다. 지역구 모 국회의원과 친분설이 떠돈다. 그는 "25년 이상의 현장 실무경험을 토대로 현대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세계적인 어시장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좌로부터 임정현-정연송-박세형-정의석 공동어시장 대표이사 후보. ⓒ 프라임경제
이번에 출마 후보들 모두 어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한다. 다만 어시장 선진화를 위해선 수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또 실력과 경험을 갖춰야하고 낡은 관행을 허물 결단성이 요구된다.
◆선어 자동선별기 '현대화사업 꽃'...노조 생존권과 직결 '윈윈 전략' 이끌 협상가는 부재
어시장 현대화에 가장 핵심은 첨단 자동화 설비다. 정박된 어선에 가득 실린 생선을 배에서 바로 자동선별기에 태워 크기별로 분류하고 포장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수산물은 철저한 위생 관리와 신속한 유통이 생명이다. 이는 60년 동안 묵은 기존 시스템과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기도 하다. 일본과 노르웨이에선 이미 보편화 된 시설이다.
하지만 과정은 그리 순탄치가 않을 전망이다. 어시장 자동화로 인해 기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서 항운노조 측에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도 남는다. 협상 과정에서 첨예한 대립으로 번져 사업 속도에 큰 차질을 빚게 될지도 모를 일인데도 후보들은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노조원 설득은 현대화 성공과 직결돼 있다. 그러나 후보들은 상생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현대화에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어시장 대표 자리가 무겁다는 사실을 모든 출마자와 수산인들은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산업계에는 이번 출마자들 외에도 현대화사업을 제대로 이끌 전문가들이 있다"며 "행정 경험과 현장 지식을 두루 갖춘 인사들인데 선출 방식과 건강상 이유로 출마를 포기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추천위가 이달 31일 최종후보자를 추천하면 6개 수협(수협중앙회·대형선망·대형기선저인망·서남구기선저인망·부산시·경남정치망)이 대표이사 선출 총회를 다음날 2일 열어 대표이사를 선출하게 된다.
과연 추천위가 바늘구멍 같은 철저한 검증과 투명한 절차를 통해 어시장 혁신을 꾀할 인물을 찾아낼지 국내 수산어업인들의 시선이 부산공동어시장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