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정부가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 관세를 25%로 확정했다. 다만 대미 주요 수출 대표 품목인 '반도체'는 향후 발표 예정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만큼 산업군 전반에 긴장감이 맴돈다.
이 가운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반도체 투자에 지급되는 보조금의 재협상을 시사하면서 불확실성이 한층 고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 픽사베이
미국 정부는 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상호 관세는 다른 나라의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에 따라 미국 기업이 받는 차별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 2012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으나 이번 상호 관세로 한미 FTA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이른바 '최악의 침해국'으로 분류되면서 25%의 상호 관세를 맞게 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최악의 침해국은 비호혜적인 관세, 무역장벽, 기술 장벽, 비과학적 위생 기준 등이 있는 국가다. 미국은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해 한국이 미국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판단, 그 절반을 할인한 25%를 상호 관세로 부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하고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의 무역상대국들이)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면서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토대로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를 이달 5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 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 백악관 공식 유튜브 갈무리
한국은 이번 상호 관세로 대미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 체제로, 현재 국가적 리더십도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10.4%가 증가한 1278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중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로 7%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도체는 자동차와 더불어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같이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 버팀목으로 불리는 만큼 가격 경쟁력 하락에 따른 영향이 수출액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은 미국이 반도체를 수입하는 3대 국가 중 하나지만, 관세 부과 시 수출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앞으로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당장 어떤 변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향후 개별 발표에 따라 업계에 미칠 여파나 대응책 등을 검토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그저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라는 품목은 세트에 포함되는 만큼 수요가 둔화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이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그 어떤 산업군도 이번 발표와 관련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은 이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당장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가 받기로 한 보조금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지원법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관세를 부과하면 알아서 미국의 투자를 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과 더불어 반도체법에 대해 "엄청난 돈 낭비"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내에 '미국 투자 가속기(US Investment Accelerator)'를 설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이후 백악관이 발표한 팩트시트를 통해 미국 투자 가속기는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소(CPO)'를 관장한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설치된 CPO는 상무부 산하의 독립조직으로서 반도체법에 기반해 개별 기업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기구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 정부보다 훨씬 나은 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혀 이미 확정된 보조금의 규모와 지급 시기 등을 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외신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 보조금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보조금 지급 일부를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달러 이상 투입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지으면서 상무부에서 47억45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계약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는데, 상무부는 여기에 최대 4억58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로부터 약속된 보조금을 다 받지 못한 상태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기업들의 투자 진척 정도에 맞춰 순차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 관계자는 "그 무엇도 지금은 단언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미국이 발표한 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한국 이외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태국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캄보디아 49% △영국 10% △남아프리카공화국 30%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