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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업계, 유커 무비자 기대감...실적 부진 속 '돌파구' 될까

구조조정·매출 하락 이중고…소비 트렌드 변화·고환율은 변수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5.04.12 20:48:14
[프라임경제] 정부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 대상 한시적 비자 면제 조치가 예고되면서,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면세점 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의 유입 확대가 실적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변화된 소비 트렌드와 고환율 등 구조적 문제로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4월 중 전담여행사가 모집한 유커에 대한 한시적 비자 면제 시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식 발표 후 3분기부터 유커에 대한 비자 면제가 한시적으로 이뤄진다. 정부가 유커를 대상 비자 면제를 추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중국 관광객은 제주도에만 비자 없이 30일간 체류할 수 있었다.

면세점 업계 큰손인 중국 관광객은 2016년 800만명에 이르렀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사태, 2020년 코로나19 유행 등을 거치면서 지난해에는 460만명 수준까지 줄었다.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관광객들. © 연합뉴스


면세점 업계는 정부의 유커 한시적 비자 면제 결정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전통적인 대규모 단체관광객 중심에서 벗어나 소규모 고단가의 기업 출장, 포상 관광, 컨퍼런스 참가자와 개별관광객(FIT) 중심의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질적 성장을 도모한다. 단순히 방문객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보다는 객단가를 높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앞서 중국 따이궁(代工ㆍ보따리상) 거래 중단을 선언한 롯데면세점은 1월 초 마케팅부문을 신설하고 산하에 그룹 투어팀(GT팀), 개별관광객(FIT) 팀, 커뮤니케이션팀을 배치해 고객 세분화 타깃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프랑스 몰트위스키 '미쉘 쿠브어' 한정판 출시 등 럭셔리 상품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태국 등 비즈니스 단체관광객 유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점을 고수익 명품 중심으로 개편한 동시에 오는 7월 폐점하는 동대문점의 고수익 기획상품(MD)을 무역센터점으로 이전시켜 올해 하반기 이후 흑자전환을 이룬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에는 중추절과 APEC 정상회의 등 대형 이벤트도 예정돼 있어 관광객 유입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 역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과거만큼 관광객의 구매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특히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이 여전히 크고 국내도 반중(反中) 감정이 확산 추세인 만큼, 한국 관광에 대한 중국인의 선호도가 이전보다 낮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점도 변수다. 정해진 물품만 살 수 있는 면세점 대신 성수동·홍대·가로수길 등 한국 현지의 특색있는 매장을 찾는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더라도 정작 면세점에서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24년 2월 면세점 방문객은 전년 동월 대비 1.7% 감소한 21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있는 하락세로, 관광객 수는 늘었지만 면세점 이용은 줄어들었다.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관광객들. © 연합뉴스


면세점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면세점업계도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1432억원), 신라(697억원), 신세계(359억원), 현대(288억원) 등 주요 4개 면세점의 합산 영업손실은 2776억원에 달한다. 

특히 내수 부진과 고환율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은 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들면서 외화 기준 면세 가격이 높아졌고, 국내 소비로 눈을 돌리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점포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현대면세점은 2021년 12월31일 이전 입사한 부장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근속기간 3년 이상 직원에게 성과 연봉 기준 12개월치를, 5년 이상 직원에게 15개월치를 특별위로금으로 지급한다. 미사용 연차휴가와 수당은 별도 지급한다.

이와 함께 현대면세점은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다음달 31일까지 유급 근무 면제 기간을 부여할 방침이다.

앞서 현대면세점은 이달 1일 이사회를 열어 오는 7월까지 시내면세점인 서울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삼성동 무역센터점은 현재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해 운영하기로 의결했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산업 전반에 걸친 위기 상황에서 사업을 정상화하고 나아가 미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HDC신라면세점 등도 지난해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 바 있다.  

업계는 단기적인 유커 유입 기대보다는 제도 개선과 사업 모델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특히 연매출 기준으로 부과되는 특허수수료와 5년 주기의 재심사 제도는 안정적인 경영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커의 재유입이 전환점이 되긴 하겠지만, 구조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선 유커 의존을 넘어선 근본적인 산업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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