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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경의 문해력 칼럼] 생각의 발견

 

이가경 문해력 스피치 융고 대표 | bonicastle@naver.com | 2023.04.17 15:59:56
[프라임경제] 생각은 글을 낳고 글은 다시 생각을 키운다. 그래서 생각을 확장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은 자라나고 숨겨진 관점도 확장된다. 또 글쓰기에 앞서 주제와 의도를 설정하는 일은 생각을 설계하는 것과 같다. 

생각에도 방향을 정하고 중심을 세워야지만 그만한 능력이 발휘될 수가 있다. 하지만 주제나 중심 생각을 설정해도 그에 맞는 글감을 찾기가 어려운 것은 생각이 연결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이 연속되지 않으면 글은 멈추고 만다. 짧은 생각에서 비롯된 단문은 독자의 이해를 구하기 힘들뿐더러 글을 해석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다. 또 대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고 의도가 불분명해 무의미한 기표로서 인식되고 만다. 

글의 애매모호함이야말로 생각의 가치 없음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생각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어휘는 유기적이다. 그것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얽히고 조합돼 소통을 위해 사용된다. 어휘는 그렇게 문장이 되고 하나의 문단이 되기도 한다. 글쓰기는 어떤 어휘와 또 다른 어휘를 서로 연결시켜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일이다. 즉, 풍부한 어휘는 많은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그래서 다양한 어휘를 발견하고 학습하는 것은 생각을 뻗게 하고 글을 잘 쓰게 하는 방법이 된다.

어휘량이 풍부해지면 글을 활용할 줄 아는 표현력도 발전하게 된다. 어휘야말로 생각의 틀을 가늠하게 하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내가 다음 칸에도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는 능력 또한 어휘에 있다.

예를 들어 길가에 피어난 꽃을 바라보면서 '꽃'이라는 어휘를 생각해보자. '꽃'에 이어지는 다음 어휘를 생각해내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 꽃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으로 생각이 멈추게 된다. 물론, 그만으로도 '꽃'을 감상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글쓰기는 그와 같은 시상에서 더욱 발전해야 가능한 일이다. 

'꽃'에 관한 생각이 확장되려면 그 다음의 어휘를 연결시키면 된다. '꽃과 나비', '꽃과 향기'. 이처럼 어휘의 나열만으로도 생각은 널리 뻗어나간다. 나아가 꽃과 아무런 관계없는 어휘를 조합하는 것도 창의적인 생각에 꽤 도움이 된다. '꽃과 우주', '꽃과 구두'. 각각의 연상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는 낯선 잔상들이 펼쳐진다. 그것이 생각이 되고, 글감이 돼가는 것이다. 그렇듯 생각은 어휘에 따라 날로 새로워질 수가 있다.

나의 경우에도 어휘를 마음대로 배열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것은 생각을 열어놓는 작업이기도 하다. '꽃과 노화'. 두 가지 기의를 조합해 시적 감상을 얹어보는 식이다. 그처럼 생각은 어휘에 따라 얼마든지 신선해질 수가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어느 순간 어휘에 관한 학습을 일제히 멈추고 만다. 그만하면 살아가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알고 있는 어휘만으로도 충분히 생각을 전할 수 있고, 타인과 소통할 수가 있으니 더 이상의 배움을 허락하지 않는 것일 테다. 

물론, 이제껏 배운 어휘만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휘의 학습을 통해 우리는 얼마든지 생각을 넓혀나갈 수 있고 지금보다 훨씬 창의적일 수 있으며, 다시 새로운 식견을 가질 수도 있다. 또한 어려서는 한 마디만으로 주위에 큰 기쁨을 건넨 적도 많았기에 그 같은 경험을 다시 가질 수도 있다. 

그러니 눈으로 보이는 만큼만 보이고 아는 만큼만 가질 수 있는 세상에서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배움을 멈추는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가혹한 형벌인지를 우리는 스스로 자각해야한다. 다시 말해 어휘는 표현상의 재료로만 쓰이는 것이 결코 아니다. 고정된 생각의 틀을 바꾸고, 그 상태를 변화시키는 힘도 바로 어휘에 있다. 그처럼 생각은 어휘에 따라 다변화된다.


이가경 문해력 스피치 융고 대표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마흔의 온도> 저자, 필명 이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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