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자화자찬 않겠다"는 尹대통령의 현란한 홍보 열정

 

김경태 기자 | kkt@newsprime.co.kr | 2023.06.12 16:08:51
[프라임경제]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고, 역대 대통령 최초로 도어스테핑까지 선보이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태도를 180도 바꾼 듯 하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거절했다.  

지난달 2일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앞마당 파인그라스에서 진행된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계획을 묻는 질문에 "용산 스태프한테 취임 1주년을 맞아 뭐를 했고 뭐를 했고 하는 그런 자화자찬은 절대 안 된다고 해 놨다"고 말하면서, 업적을 알리는 식의 기자회견은 하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통령의 이 말은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기자회견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윤 대통령의 업적을 알리는 홍보 활동은 매우 다양하게, 그리고 현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비상경제민생회의와 국무회의의 부분적 생중계를 보면, 비상경제민생회의와 국무회의를 생중계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부가 현재 어떤 점을 고려하고 있고, 어떤 점을 주목하고 있고, 또 대통령의 결단이 어떠한지를 알려주는 점에서 박수 칠 수 있다. 

문제는 생방송에서 전 정부를 비판하거나 해외순방에서의 성과를 알릴 때다. 취임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전 정부의 잘못된 점을 꼬집는 데 많은 시간 할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보다 잘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것에 홍보 포커스를 두고 있다.      

또 해외순방에서 어떠한 성과를 얻었는지는 알릴 수 있지만, 이미 언론에서 대부분 어떤 성과를 얻었다고 보도됐는데도, 생중계로 또 언급하는 것은 홍보를 넘어 자화자찬이 과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대통령실 방문자를 대하는 '자화자찬 지향적 장치'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용산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을 하는 곳으로, 방문객들은 지하 1층을 통해 방문하는데, 이곳에 윤 대통령이 1년 동안 만나왔고, 대통령으로서 어떤 업무를 했는지에 대한 사진이 전시돼 있고, 최근에는 TV를 2대 설치해 대통령실의 홍보 영상을 반복해서 상영하고 있다. 

불특정 방문객들에게 윤 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 누구를 만나왔고,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과도한 자화자찬 같다. '자화자찬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말과 매우 다르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9일 용산어린이정원 잔디마당에 개최된 사진전에서도 윤 대통령의 자화자찬은 이어지고 있다. 총 네 가지 주제별 공간으로 구성된 용산어린이정원의 사진전을 살펴보면, 첫 번째 구역인 세계적 위인들의 명언 코너를 제외하고는 모두 윤 대통령의 1년간 행보를 자랑하고 있다. 

두 번째 구역인 '미래의 역사' 구역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 활동 모습의 사진을 전시해 놨고, 세 번째 '국민을 위한 도열' 구역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난 1년간 만난 세계 각국 정상들의 사진이 배치돼 있다. 또 마지막 구역은 '동행의 놀이터'는 윤 대통령과 함께 사진 찍은 어린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이곳(용산어린이공원 잔디마당)을 지나면서 마치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듯한 기분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다"며 "관람객은 국제사회 속에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사진전에 윤 대통령의 지난 1년 사진만 담겼다. 대통령실의 설명대로라면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를 널리 알린 역대 대통령의 사진이 모두 담겨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자화자찬 절대 안 된다"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생략했던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언행불일치'다. 차라리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년간 정부가 어떤 일을 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진행했던 도어스테핑도 지난해 11월18일 중단했다.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공개적으로 발언했던 내용이 입맛에 따라 바꾸는 것은 신뢰의 문제라고 본다. 적어도 국민과의 약속, 그리고 대국민 발언은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