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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탕주의에 빠진 개미들, 뒷일은 나 몰라라

 

조송원 기자 | csw@newsprime.co.kr | 2023.08.11 17:29:56
[프라임경제] 이차전지 광풍에 개미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극성이다. 사후 처리가 어찌 됐든 '이익만 거두면 그만'이란 태도로 한탕주의에 빠진 모습이다. 이들에게 당국과 업계의 경고음은 공허한 메아리다.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3732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4월26일(20조857억원) 이후 3개월 만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뜻한다.

여기에 증시 대기 자금으로 투자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투자자예탁금'도 54조3510억원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7일 연중 최고치(58조1991억원)를 기록 후 이달 내내 54조원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빚투가 되살아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관련주의 강세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차전지가 주식시장의 주도주로 자리 잡은 것은 전기차 산업의 성장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작금의 투자방식은 기업가치보다 '묻지마 투자'에 가깝다. 다른 투자자들이 매수하기에 이에 맞춰 움직이는 이른바 '뇌동매매'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주식 커뮤니티나 종목토론실 등에서 "분명 더 오른다. 다함께 추매로 끌어 올려 보자"와 같은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례로 올해 초 11만원이었던 에코프로가 최근 100만원을 넘어서며 개미들에게 신화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화가 믿음을 넘어서 확증 편향을 만들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는 이들에게 그저 방해되는 잔소리로만 치부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 의견으로 업계 최초로 매도를 제시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의 소신 리포트 이후 여러 연구원도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가 과열됐다고 판단했다. 박소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에 대한 편중 현상이 IT버블 때보다 심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그저 기우였을까. 올해 초 600선에서 시작해 900선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던 코스닥 지수가 지난달 26일과 27일 이틀간 6.05% 폭락했다. 하락 요인은 이차전지 주가가 모두 미끄럼틀을 탔기 때문이다.

이 기간 에코프로 주가는 24.82% 급락했다. 이외에도 △에코프로비엠 18.77% △포스코DX 18.86%로 주가가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 역시 △포스코퓨처엠(003670) 19.56% △포스코홀딩스(005490) 9.97%로 폭락했다.

당시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용융자잔고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차전지 밸류체인 종목의 변동성 확대에 따라 향후 반대매매 출회 가능성에 코스닥의 낙폭이 더욱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월스트리트저널을 만든 찰스 헨리 다우는 주가가 불안→매수→매집→과열→분열→폭락 순서를 거친다며 '다우 이론'을 만들었다. 현재 우리나라 이차전지의 주가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한 손실 복구를 정부에게 기댈 수 없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지난해 정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빚투족에게 이자를 감면해 주겠다고 나서자, 당시 반대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의 방안은 '청년 특례 프로그램'으로 이자가 약 30~50% 감면돼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유예를 하면서 해당 기간 이자율이 3.25% 적용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빚투로 막대한 손실을 본 20·30 청년층을 위해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 개인회생 준칙을 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부정적인 여론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해명을 내놓으며 진땀을 빼기도 했다.

이는 현재의 국민 정서가 '투자의 책임은 곧 개인의 몫'이란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수익률 하나만 생각해 빚까지 끌어모아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이 손실 시 국민의 세금으로 메꿔주길 기대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투자자 개인의 균형 잡힌 성숙한 투자 습관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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