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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난한 의사와 실손보험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4.03.13 22:18:51
[프라임경제] 가난과 의사. 현대사회에서 두 단어의 온도차는 극명하다. 의사라는 직업은 국민 대다수가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이자, 가난과 거리가 먼 직업이니 말이다. 국내 의사들의 평균 소득이 2021년 기준 2억6900만원에 달하니 과연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럼에도 가난한 의사는 존재한다. 결국 가난이라는 의미도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계는 시쳇말로 '돈 잘 버는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로 양분됐다. 그리고 둘 간의 괴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두 부류의 의사를 구분 짓는 결정적인 역할은 '실손의료보험'이 맡는다. 실손보험의 관대한 보장범위는 필수의료 종사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낳는다. 

일부 피안성정(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 의사들은 실손보험의 관대한 보장범위를 악용한다. 급여 항목에 도수치료나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진료를 끼워 팔며 배를 불린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비싼 치료를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어 비급여 진료에 거리낌이 없다. 

2022년 5대 손해보험사가 실손보험을 통해 지급한 비급여 처치비용만 2조원을 훌쩍 넘는다고 하니 그야말로 '실손 공화국'이 아닐 수 없다.

반면 20년간 필수의료 수가는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의료 수가에 의대생들이 필수의료를 등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대우에 법적 책임까지 지워야 하는 필수의료를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필수의료 공백으로 이어졌다.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병원을 신속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빈번하다. 소아과 진료를 보기 위해 개원 전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도 발생한다. 기형적인 실손보험으로 필수의료 체계는 무너졌다. 

정부는 필수의료 공백이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조치로 5년간 의대생을 2000명씩 증원해야 한다고 외친다. 현재의 의대 정원을 유지할 경우 2035년 의사 1만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근본적 개선 없이 의대 증원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한들 필수의료로 향하는 발길이 늘어날지 미지수여서다. 

아울러 지난달 1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해 필수의료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방안도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필수의료 보상 역시 장기적으로는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국내 보건의료체계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인 실손보험 체계 손질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의 실손보험은 의대증원 논란의 나팔수를 자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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